세종 임난수 은행나무, 가을 노을과 단풍의 절경

세종 임난수 은행나무, 가을 노을과 단풍의 절경
가을이 깊어가는 11월 중순, 세종시 전월산 자락에는 600년이 넘은 두 그루의 은행나무가 황금빛 물결을 이루며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 은행나무는 202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세종 임난수 은행나무'로, 암수 한 쌍이 나란히 서서 고즈넉한 가을 풍경을 자아냅니다.
원래 이곳은 부안임씨 일가가 모여 살던 양화리였으나, 세종시 개발로 인해 은행나무와 임난수 장군 사당만이 남아 현재는 은행나무 역사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공사 중인 주변은 펜스로 가려져 있어 외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으나, 광제사(세종전통문화체험관) 입구에서 안내 팻말을 따라 좁은 길을 지나면 실개천을 건너 작은 주차장과 함께 두 그루의 은행나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맑은 가을 하늘과 하얀 구름 아래, 노랗게 빛나는 은행잎은 더욱 싱그럽고 생기 넘칩니다. 이 은행나무는 임난수 장군(1342~1407)이 고려 멸망을 애도하며 심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임난수 장군은 1374년 최영 장군의 탐라 정벌에 참전해 큰 공을 세웠으며, 전투 중 오른팔을 잃었음에도 불굴의 의지로 싸움을 이어간 용맹한 인물입니다. 고려가 망한 후에는 공조전서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머물며 매일 전월산에 올라 고려 임금을 향해 충절을 지켰다고 합니다.
두 은행나무 사이에는 임난수 장군의 사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담장으로 둘러싸인 사당은 평소 굳게 닫혀 있으나, 제향 행사나 목신제 때 일반에 공개됩니다. 사당에는 '숭모각'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는 고려 말 충신 임난수를 기리는 사당으로 조선 세종 때 부조묘와 사패지를 하사받아 제향하였으나,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가 1957년에 복원되었습니다.
은행나무 중 왼쪽에 넓게 가지를 뻗은 나무는 수그루로, 수꽃만 피우며 꽃가루가 암그루의 암술을 수정시켜 열매를 맺습니다. 이 나무는 풍파를 견뎌낸 굵은 줄기가 남성미를 자아냅니다. 반면 오른쪽에 곧게 자란 나무는 암그루로, 날씬한 모습에 무수한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습니다. 두 나무는 마치 팔짱을 낀 듯 다정한 모습으로, 금실 좋은 부부를 연상케 합니다.
해가 지면서 하얀 구름은 단풍빛으로 물들고, 두 은행나무 사이로 붉은 노을이 펼쳐집니다. 노란 단풍과 불타는 노을, 그리고 사당 건물이 어우러져 한 폭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완성합니다. 은행 단풍은 바람에 쉽게 떨어지지만, 떨어진 낙엽조차도 고운 추억을 선사합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세종 임난수 은행나무 역사공원은 낙엽이 지기 전에 방문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입니다.
세종 임난수 은행나무 역사공원
세종특별자치시 세종동 8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