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어서각 역사공원 봄의 정취
세종시 어서각 역사공원 봄의 정취
세종특별자치시에는 고층 아파트 사이에 조용히 자리한 역사공원들이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나성동 독락정역사공원, 종촌동 초려역사공원, 한솔동 백제고분역사공원과 함께 아름동 어서각 역사공원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곳은 조선 왕조의 어서(임금이 직접 쓴 글씨)를 보관했던 누각으로, 역사적 의미가 깊은 장소입니다.
아서각은 조선 태조 이성계, 영조, 정조, 고종 등 네 명의 왕이 쓴 글씨를 보관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태조의 교지 원본은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 중이며, 어서각에는 영인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름동 범지기 마을 9단지 사이 언덕 위에 위치한 이 누각은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역사공원 입구에는 버들잎, 조롱박, 우물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데, 이는 태조 이성계와 왕비 신덕왕후의 만남과 관련된 전설을 담고 있습니다. 이성계가 무술 연습 중 목이 말라 용연에 내려와 우물가에서 신덕왕후에게 물을 청했을 때, 그녀가 물 위에 버들잎을 띄워 천천히 마시도록 배려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 지혜롭고 아름다운 여인과의 만남은 조선 건국의 중요한 순간으로 기록됩니다.
조형물에는 태조가 강순용에게 내린 교지 내용이 새겨져 있습니다. 강순용은 신덕왕후의 오빠로, 고려 말 권문세족 출신이며 조선 개국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태조가 강순용을 보국숭록대부로 특진시키고 재영백으로 봉한 교지는 세종시 어서각 역사공원의 역사적 가치를 더합니다.
어서각 앞에는 태조, 영조, 정조, 고종 네 왕의 어서 내용이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영조는 강순용 후손들이 태조의 교지를 간직해온 사실을 알게 되어 어서각 건립을 사액하였고, 정조는 신덕왕후 출생지에 세울 비석의 비명을 직접 썼으며, 고종은 1846년 어서각 중수 후 사적을 기록해 보냈습니다.
어서각은 1744년 처음 건립되어 1804년 중건, 1845년과 1895년에 중수되었으며, 2014년 어서각 역사공원으로 조성되어 세종특별자치시 향토문화유산 제4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건물은 팔작지붕의 겹처마와 기품 있는 솟을대문이 특징이며, 정면과 측면에 어서각과 관련된 현판들이 걸려 있습니다.
공원 내에는 대나무숲과 매화나무가 조성되어 있어 봄철에는 꽃잎이 떨어져 더욱 운치 있는 풍경을 연출합니다. 마루에 앉으면 새소리와 함께 목련과 매화가 봄의 시작을 알리고, 주변의 높은 아파트들과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줍니다.
어서각은 국내에서 충북 영동, 전북 장수, 경남 김해와 세종시에만 있는 왕의 어서를 보관하는 귀중한 누각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건축사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역사공원에서 내려오면 버들잎 설화를 새긴 벽돌담장과 산수유, 매화가 만발한 화단, 그리고 210년 된 은행나무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은행나무는 세종시의 변화를 묵묵히 지켜본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어서각 역사공원은 아름뜰근린공원과 연결되어 있어, 공원 위 정자에서는 아름동 전원주택단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숲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고, 어르신들은 맨발 걷기를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어서각 역사공원은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버들잎 설화를 모티브로 전통 담장과 잔디마당이 조성된 의미 깊은 공간입니다. 따뜻한 봄날, 세종시의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껴보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입니다.
주소
어서각: 세종특별자치시 아름동 1281
아름뜰근린공원: 세종특별자치시 아름동 1280
